지문과 족적도 없어 자살인 줄 알았던 ‘거여동 살인사건’의 소름돋는 반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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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2 ‘과학수사대 스모킹 건’

2003년 12월 29일 서울 송파구의 한 아파트에서 발생한 살인사건이 최근 KBS2 ‘과학수사대 스모킹 건’ 방송에서 다시 주목받았다.

당시 한 남성이 송파경찰서에 “퇴근하고 집에 돌아오니 처자식이 모두 죽어있다”고 절규하며 신고했고, 경찰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 아무런 타살 흔적을 찾지 못했다.

집에는 외부인의 지문이나 족적 또한 없었으며 당시 현관문도 잠겨있었다. 특히 빨랫줄에 목을 맨 채 발견된 아내 박모씨의 사체 또한 반항의 흔적은 찾을 수 없었다. 경찰은 박씨가 두 자녀를 살해하고 극단적인 선택을 했을 것에 무게를 실었다.

서울경찰청 과학수사대의 김진영 검시조사관은 “박씨의 사망 원인은 목이 졸려서 질식으로 볼 수 있다. 그것이 자살인지, 아니면 타살인지는 목과 끈 사이에 생긴 흔적들을 통해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KBS2 ‘과학수사대 스모킹 건’

김진영 조사관은 또한, “만약 살해당했다면, 피해자는 몸부림치며 목과 끈 사이에 손을 집어넣어 반항하려고 했을 것”이라며 “하지만 박씨의 경우, 그런 반항흔이나 다른 흔적들이 발견되지 않아, 경찰은 초기에 자살로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찰은 부모가 아이와 함께 자살을 할 때 부모가 아이의 시신을 깔끔하게 정리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고려하여 현장에서 방치된 아이들의 시신을 보고 의구심을 가지게 되었다. 또한, 박씨의 손에서 발견된 약 1.5cm 정도의 종이 조각도 의심스러웠다.

이러한 이유로 경찰은 타살로 판단을 바꾸고, 박씨의 친구 이씨를 용의자로 지목하게 되었다. 이씨와 박씨는 고등학교 시절부터 친한 사이였으며 이씨는 주에 세 번 정도 박씨의 집을 찾아갔다고 한다. 특히, 사건 당일에 박씨와 마지막으로 만난 사람도 이씨였으며, 박씨의 남편은 확인된 바에 의하면 회사에 있었다.

KBS2 ‘과학수사대 스모킹 건’

경찰은 이씨의 손에서, 줄을 강하게 당겨 생긴 것으로 추정되는 상처를 발견했다. 이씨는 이 상처에 대해 “집 화장실을 수리하다가 생긴 상처”라고 설명했지만, 경찰은 이를 의심하여 이씨의 집을 수색하게 되었다.

이씨의 집에서는 범행에 사용된 것으로 추정되는 페트병과 일기장이 발견되었다. 박씨의 손에 들려있던 종이조각은 페트병의 라벨이었으며, 일기장에는 이씨가 6개월 동안 범행을 계획했던 내용이 상세하게 기록되어 있었다.

이에 따르면 이씨는 사건 당일 박씨의 집에서 죽음의 숨바꼭질을 시작했다. 먼저 작은 방에서 큰 아이의 죽인 후 옷장 안에 시신을 숨겼고, 안방에 있던 박씨를 작은 방으로 불러낸 뒤 고무줄 치마를 뒤집어씌워 눈을 가렸다.

이때 이씨는 미리 설치해둔 빨랫줄 올가미를 박씨의 목에 감은 뒤 방문을 지렛대로 사용해 숨지게 했다. 이 과정에서 방문 위에 페트병을 고정해 빨랫줄 자국이 남지 않게 했다.

KBS2 ‘과학수사대 스모킹 건’

박씨의 목에 삭흔이 하나만 남아있던 것은 박씨가 10개월된 아이를 안고 있어서 반항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이어서 이씨는 박씨가 숨지자 둘째 아이의 머리에 비닐봉지를 씌워 살해했다.

이씨는 경찰 조사에서 살해 동기에 대해 “그 아이가 학교 다닐 때 얼마나 별 볼일 없었는지 알고 있냐? 나는 그 아이보다 못난 것이 하나도 없었다. 그런데 그 아이가 나보다 행복했다. 그것이 너무 부러웠다”라고 말했다. 이어서 “세상은 불공평하다. 나는 이렇게 비참한데 왜 걔만 행복해야 하냐. 걔는 없어져 버려야 한다”며 박씨의 행복한 가정을 부러워하고 소외감을 느끼며, 그로 인해 앙심을 품었다고 고백했다. 이씨는 결국 대법원에서 무기징역을 확정받았지만, 모범수로 지내면 내년 가석방 심사를 받고 출소할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유성호 법의학자는 “원래 이 정도 범죄면 사형 판결을 받기 마련인데 재판부는 이씨의 우울증과 박씨 남편과의 내연 관계를 정상 참작 사유로 본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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