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법 형사11부(부장판사 이종길)는 지난 1일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강간 등 살인)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된 배달라이더 이모(28)씨에게 징역 50년을 선고하였습니다.
이모씨는 원룸에 사는 여성을 뒤따라가 성폭행을 시도하고 이를 막으려는 남자친구를 살해하려 한 범죄를 저질렀습니다. 그는 징역 50년과 더불어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등과 장애인 관련 기관에 각 10년간 취업제한, 위치추적 전자장치 20년 부착 등의 처벌을 선고 받았습니다.
이같은 중형은 성폭행과 살인에 이르지 못하고 미수에 그친 범죄에 대해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앞서 결심 공판에서 검찰이 구형한 징역 30년형보다도 훨씬 무거운 처벌이라는 점에서 그 이례성이 두각되고 있습니다.
이씨는 지난 5월 13일 오후 10시 대구시 북구의 한 원룸 건물로 들어가는 피해자 A씨(23·여)를 뒤따라가 흉기를 휘두르고 성폭행을 시도 했지만, 미수에 그친 혐의 등으로 기소되었습니다.
이씨는 배달라이더로 3년간 일 하면서 원룸에 혼자 거주하는 여성이 많고, 배달라이더 복장으로 건물에 출입하더라도 별다른 의심을 하지 않는 상황을 이용해 여성을 성폭행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이씨는 지난 5월 9일부터 12일까지 스마트폰으로 성폭행 범죄 관련 내용을 검색하고 같은 달 13일 마트에서 범행에 사용할 흉기를 구입하였습니다.
이씨는 흉기를 구매한 당일 오후 10시 56분쯤 혼자 귀가하던 A씨를 발견하고 뒤따르다가 A씨가 원룸 건물에 들어서자마자 마치 배달을 온 것처럼 행동하였습니다. 이어 A씨가 현관문 도어록을 열고 들어가는 순간 흉기를 꺼내 들고 A씨 집으로 함께 들어갔습니다.
이씨는 A씨에게 흉기를 사용해 다치게 하고 “가만히 있어라, 시키는 대로 해라”라고 협박하며 성폭행을 시도하였습니다. 이 과정에서 A씨는 손목동맥을 크게 다쳐 장애가 생겼다고 합니다.
한편 이씨가 범행을 저지르는 동안 남자친구인 B씨(23)가 현관문을 열고 들어와 이씨를 제지해 성폭행은 미수에 그쳤습니다. 하지만 이씨가 휘두른 흉기에 B씨는 손과 팔 부위를 다쳐 24주 이상 치료가 필요한 상해를 입었습니다. 이어 B씨는 이씨와 몸싸움을 하며 복도로 나왔지만 흉기로 수차례 찔리게 되었습니다.
중환자실에서 약 40여일 만에 의식을 되찾은 B씨는 저산소성 뇌 손상으로 영구적인 장애를 갖게 되었습니다. 담당 의사는 재판에서 “B씨 사회연령은 만 11세 수준에 머무르고 언어·인지행동장애, 신경 손상이 심각해 완치될 가능성이 희박하다”며 “일상생활에서 타인의 도움이 필요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는 의견을 밝혔습니다.
징역 50년형은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미수범에 대한 가장 무거운 형량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재판부는 “피해자 A씨도 가장 안전해야 할 장소인 자신의 집에서 일면식도 없는 피고인으로부터 참혹하고 끔찍한 피해를 당했다“고 밝혔습니다.
A씨의 치료를 맡은 담당 의사는 “수술 후 1년까지는 신경회복 유무 관찰이 필요하나, 신경 회복이 되더라도 100% 돌아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보았다”고 지적하였습니다.
또 “피해자들은 평생 치유하기 어려운 고통과 상처 속에서 괴로워하고 있으며, 그 가족들도 정신적·육체적·경제적으로 심각한 충격을 받았다”라며 “피고인은 이들에게 용서받지 못했고, 피해 복구를 위한 아무런 노력을 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