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이 무기한 휴진에 들어간 가운데, 18일 전국 병의원이 대한의사협회(의협) 주도로 문을 닫기로 해 환자들의 불편이 가중되고 있다. 이에 정부는 의협 지도부에 집단행동 금지 명령을 내리고, 공정거래위원회에 의협을 신고하는 등 강력한 대응에 나섰다.
정부와 의료계에 따르면 이날 의협 주도로 동네의원부터 대학병원까지 하루 휴진에 들어간다. 보건복지부가 집계한 결과, 이날 진료를 쉬겠다고 신고한 곳은 전체 3만6371개 의료기관(의원급 중 치과·한의원 제외, 일부 병원급 포함) 중 4.02%에 불과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실제로 문을 닫는 동네의원이 많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지만, 의협 측은 휴진 투표에서 역대급 지지율이 나왔기 때문에 더 많은 병원이 휴진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2020년 의대 정원 증원에 반발한 의협 총파업 당시 휴진 첫날 휴진율은 32.6%에 달했다.
정부는 의협이 개원의를 담합해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했다는 이유로 전날 공정위에 의협을 신고했다. 이달 14일에는 임현택 의협 회장 등 집행부 17명에게 집단행동 금지 명령도 내렸다.
의사들의 집단행동을 지켜보는 여론은 차갑다. 인구 1000명당 의사 수가 가장 적은 세종시의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집단 휴진에 동참한 의원은 불매운동을 해야 한다”는 글이 올라왔다. 또 다른 주민들은 휴진을 예고한 개원의들의 병원 정보를 공유하며 실망감을 표현했다.
이날 병원을 찾으려는 환자들은 사전에 전화나 인터넷으로 진료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좋다. 응급의료 포털에서는 시군구별로 문을 연 병의원을 확인할 수 있다.
한편, 개원가보다 더 큰 문제는 모든 진료과목이 필수의료 분야인 대학병원들이다. 서울대병원에 이어 세브란스병원, 서울아산병원, 서울성모병원, 삼성서울병원 등 주요 상급종합병원의 일부 교수들이 의협 주도의 휴진에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대학병원 교수들이 진료를 중단할 경우 환자 피해는 커질 수밖에 없다. 서울아산병원 교수 중 60.9%인 225명은 이날 휴진하거나 연차를 내 진료를 하지 않을 계획이다.
다만, 이번 의료 공백 사태에서 대학병원 교수들의 휴진 사례가 많지 않았던 점을 고려할 때, 대학병원 휴진이 대규모로 확산될 가능성은 낮다는 전망도 있다. 수도권의 다른 대학병원들도 대규모 교수 휴진은 없을 것으로 예상되며, 중증·응급 환자에 대한 진료는 유지될 것으로 보여 환자 불편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휴진을 주도한 의협은 이날 오후 2시 서울 여의대로에서 ‘정부가 죽인 한국 의료, 의사들이 살려낸다’를 주제로 총궐기대회를 연다. 의협은 전날 발표한 대국민 호소문에서 “의료계는 집단행동을 피하기 위해 16일 의대 정원 증원 재논의 등 3대 대정부 요구안을 제시했지만, 정부는 이를 거부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의협과 의료계는 집단 휴진과 총궐기대회를 통해 정부의 잘못된 의료정책이 국민 생명과 건강에 엄청난 위협을 초래한다는 것을 알리기로 했다”며 “휴진과 궐기대회는 의사들만의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니라, 잘못된 의료정책으로부터 의료체계를 지키기 위한 절박한 몸부림이다. 이것은 대한민국을 구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덧붙였다.